"장애등급이 없어졌다는데, 그럼 이제 장애인 복지는 어떻게 받나요?" 2019년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원예치료 수업 현장에서 참여자분들과 보호자분들께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등급이 사라지면 절차가 간소화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제 경험상 오히려 더 복잡하고 세밀해졌습니다. 서류상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실제 심사 기준과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 사이의 간극이 더 뚜렷해졌기 때문입니다.

등급폐지 이후 달라진 것, 달라지지 않은 것
2019년 7월부터 기존의 1급부터 6급까지 나뉘던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이라는 두 가지 체계로 전환되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여기서 '장애의 정도'란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겪는 제약의 수준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얼마나 많은 도움이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기존 1~3급은 '심한 장애인'으로4~6급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저는 장애인 대상 원예수업을 진행하면서 이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했습니다. 예전에는 참여자 명단에 "○○님, 2급"이라고 적혀 있으면 대략적인 난이도 조절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등급 숫자가 사라진 후부터는 "심한"이라는 표현만으로는 그분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으시는지 가늠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실제로 제도 변경 이후에도 심사를 담당하는 국민연금공단의 평가 기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능력장애측정기준'이라는 평가항목을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적절한 음식 섭취, 대소변 관리 및 청결유지, 적절한 대화기술 및 대인관계, 규칙적인 통원 및 약물복용, 소지품 및 금전관리, 대중교통 및 공공시설 이용 등 6가지 항목이 포함됩니다. 이 항목들에서 얼마나 많은 도움이 필요한지를 서류로 증명해야 통과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등급이라는 숫자가 사라졌으니 심사가 더 유연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서류 준비와 입증 책임은 그대로였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혼란만 커졌기 때문입니다.
정신장애 등록, 실제로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정신장애로 장애인 복지카드를 받으려면 먼저 신청 자격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양극성정동장애(조울병), 재발성우울장애, 기질성뇌질환, 강박장애, 뚜렛장애, 기면증 등 특정 진단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재발성우울장애'란 단순히 우울증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번 반복해서 우울 삽화를 경험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1년 이상 성실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이라는 말은 3개월 이상 치료 공백이 없다는 뜻입니다. 만약 최근 1년 사이 병원을 3개월 이상 방문하지 않은 기간이 있다면, 다시 치료를 시작한 날부터 1년을 채워야 신청이 가능합니다.
신청은 거주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합니다. 주민센터 담당 직원을 만나면 필요한 서류 목록을 안내받게 되는데, 여기에는 장애정도심사용 진단서가 포함됩니다. 제가 수업에서 만난 참여자분들 중에는 "진단서만 받으면 되는 줄 알았다"고 하시는 분이 많았는데, 사실 진단서는 형식적인 문서에 가깝고 실질적인 심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서류로' 증명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대인관계에서 불안이 크다면, 그 불안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적은 진료기록이나 사회복지사 소견서 같은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추가 서류를 꼼꼼하게 준비하신 분들이 심사를 통과할 확률이 훨씬 높았습니다(출처: 국민연금공단).
서류를 제출하면 국민연금공단에서 3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고 결과를 통보합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밀심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청자 대부분이 통과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제가 수업에서 만난 분들 중에서도 두세 번 재신청 끝에 겨우 등록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주요 신청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신청 자격 확인 (진단명, 1년 이상 치료 여부)
- 2단계: 읍면동 주민센터 방문하여 서류 목록 안내받기
- 3단계: 진단서 외 추가 증빙 서류 최대한 준비
- 4단계: 서류 제출 후 30일 이내 심사 결과 확인
- 5단계: 등록 후 1~2년마다 재심사
현장에서 느낀 제도 변화의 실제 영향
제가 원예치료사로 현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등급 숫자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참여자 개개인을 더 세밀하게 관찰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1급이시니까 손 사용이 어려우시겠구나" 하고 미리 짐작했다면, 이제는 직접 활동을 함께 해보면서 "이분은 씨앗 파종은 가능한데 물 주기는 반복 안내가 필요하시구나" 같은 식으로 구체적인 기능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기존 2급이었던 참여자분이 제도 변경 이후 '심한 장애인'으로 분류되었는데, 본인은 "예전이랑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이름만 바뀐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반대로 예전 4급이었지만 대인관계와 금전관리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시던 분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분류되어,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줄어들었다며 허탈해하셨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습니다. 참여자분들을 소개할 때 "몇 급"보다는 "어떤 부분이 어려우신지, 어떤 도움을 원하시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수업 계획서도 "중증·경증" 대신 "주의집중 시간", "손 사용 제한 정도", "대인관계 불안 수준" 같은 기능 중심으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원예활동도 점점 더 개인 맞춤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장애인으로 등록되면 중증도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 전용주차 표지판 사용, 세금 감면, 대중교통 요금 할인, 의료비 지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은 등록된 후의 이야기이고, 등록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제도 변화의 가장 큰 의미는 '서류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 틈을 이용해서 참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제 어려움과 가능성을 더 세밀하게 보게 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등급 숫자가 주던 명확함 뒤에는 많은 것이 가려져 있었고, 이제는 그 가려진 부분을 직접 들여다봐야만 합니다. 행정적으로는 더 단순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각 사람의 삶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책임이 생긴 셈입니다.
만약 장애정도 심사를 신청하실 계획이라면, 진단서 하나에만 의존하지 마시고, 내가 겪는 어려움을 하나라도 더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마시고,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재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제도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