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사회복지사 준비 전까지 장애인 실업률이 낮다는 통계를 보고 '고용 상황이 괜찮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용률(Employment Rate)과 실업률(Unemployment Rate)의 분모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숫자 뒤에 가려진 현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실업률이 낮으면 취업 기회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장애인 고용 통계는 정반대의 진실을 담고 있었습니다. 일자리를 찾다 지쳐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실업자 통계에서 아예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의 차이
경제활동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인구 구조를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를 15세 미만과 15세 이상으로 나누는데, 여기서 15세라는 기준은 근로기준법에서 15세 미만의 노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15세가 되어야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도 군인, 재소자 등은 기타 인구로 분류되어 노동가능인구에서 제외됩니다. 남은 노동가능인구는 다시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뉩니다. 경제활동인구(Economically Active Population)란 일할 능력이 있어서 실제로 취업했거나, 취업할 의사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를 합친 개념입니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Economically Inactive Population)는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비경제활동인구란 주부, 학생, 연로자, 장애인,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합니다. 제가 직접 복지 현장에서 상담해보니, 장애인 중 상당수가 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통계 밖으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실업자로도 집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용률과 취업률, 실업률의 함정
고용률, 취업률, 실업률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계산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고용률(Employment Rate)은 15세 이상 전체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반면 취업률(Employment-Population Ratio)과 실업률(Unemployment Rate)은 경제활동인구만을 분모로 삼습니다. 경제활동인구란 앞서 설명했듯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개념입니다.
2019년 통계를 보면 일반 인구의 고용률은 61.3%인 반면, 장애인 고용률은 34.5%에 불과했습니다(출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는 15세 이상 장애인 중 절반도 안 되는 사람만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업률을 보면 일반 인구와 장애인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기서 구직단념자(Discouraged Worker)의 존재가 중요합니다. 구직단념자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실망실업자'라고도 불립니다. 제가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는데, 장애인들이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다 지쳐서 이력서조차 준비하지 않게 되면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경제가 안 좋을수록 구직단념자가 늘어나면서 실업률은 오히려 낮아지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의 진실
2019년 기준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Labor Force Participation Rate)은 37.0%로 일반 인구의 63.9%에 비해 절반 수준입니다. 경제활동참가율이란 1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일을 하거나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사람의 비율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상별 데이터를 살펴보면 격차가 더욱 극명합니다. 여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일반 여성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고, 고령 장애인의 실업률은 일반 고령자보다 3배 가까이 높았습니다(출처: 통계청). 중증장애인과 경증장애인을 비교했을 때도 경증장애인의 경제활동 지표가 상대적으로 나았지만, 여전히 일반 인구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았습니다.
청년 장애인의 경우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실업률이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청년 실업률 증가 추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은 실업률이 증가하는데도 고용률은 비율상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계산 분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이지만, 고용률은 전체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이기 때문에 구직단념자가 늘어나면 실업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고용률은 떨어지게 됩니다.
장애인 고용 통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경제활동참가율: 일하거나 구직 중인 장애인의 비율 (장애인 37.0% vs 일반인 63.9%)
- 고용률: 전체 장애인 중 실제 취업한 비율 (장애인 34.5% vs 일반인 61.3%)
- 실업률: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비율 (장애인과 일반인 간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착시 효과)
통계에 담기지 않는 현장의 목소리
50대에 이 통계를 공부하며 깨달은 점은, 숫자는 사실을 담고 있지만 진실을 숨기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실업률이 낮아 보이는 이유는 고용 상황이 좋아서가 아니라, 일자리를 찾다 지친 사람들이 통계 밖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책 입안자들이 현실을 낙관하게 만드는 위험한 착시를 일으킵니다.
또한 장애인 복지 혜택으로 제공되는 11가지 요금 감면은 분명 유용하지만, 이는 '생존을 위한 보조'일 뿐 '자립을 위한 동력'은 아닙니다. 수동적인 감면 정책에만 치중하기보다, 장애인이 당당한 경제 주체로 설 수 있는 고용 구조의 근본적 개혁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제 경험상 현장에서 만난 장애인 당사자들은 감면 혜택보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원했습니다.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실업률보다 고용률을 봐야 합니다. 고용률은 전체 인구를 분모로 하기 때문에 구직단념자가 늘어나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통계 수치가 현장의 절박함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 복지는 전시행정에 그칠 위험이 큽니다.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순히 실업률 수치만 볼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 그리고 통계 밖으로 밀려난 구직단념자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이제 신문에서 '장애인 실업률 안정세'라는 제목을 보면 그 뒤에 숨겨진 구직단념자 증가 가능성을 먼저 떠올립니다. 숫자 너머의 현실을 읽을 수 있는 시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들도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자립의 기반을 다질 수 있어야 합니다. 통계가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반영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HKsQcdO6fY&list=PLeq1bSBj2liSsI5czy0wGf4ppG_merx4-&index=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