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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 장애 개념 (ICIDH, ICF, 용어)

by insight10055 2026. 3. 5.

솔직히 처음에는 장애인복지 수업 시간에 배운 개념들이 그저 시험 범위로만 보였습니다. ICIDH니 ICF니 하는 약어들을 노트에 화살표 그려가며 외웠지만, 그게 실제로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이걸 그냥 외우면 안 된다. 예라고 하는 순간 장애인복지를 할 수 없다"고 하셨을 때, 저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야 그 한 문장이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과 장애 개념의 변화

장애인복지법 장애 개념 (ICIDH, ICF, 용어)

우리나라는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하며 처음으로 장애인에 대한 법적 정의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서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신체적·정신적 불편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장애인을 정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이라는 조건이 반드시 따라붙습니다. 제가 이 개념을 처음 배웠을 때는 별 차이 없어 보였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장애인을 만나보니 이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법명이 심신장애자복지법에서 장애인복지법으로 바뀐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장애자'라는 표현이 차별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장애인'으로 용어가 전환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용어인 '장애우'가 등장하면서 혼란이 생겼습니다.

장애우라는 표현은 '장애를 가진 친구'라는 의미로, 더 친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장애우가 더 배려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1인칭 사용의 문제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장애우 김준호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저는 장애를 가진 사람의 친구 김준호입니다"가 되어버립니다. 본인 스스로를 누군가의 친구로 소개하는 어색한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저희 어머니는 장애우십니다"라고 말하면, 아들이 어머니를 친구라고 칭하는 부적절한 표현이 됩니다.

이처럼 장애우라는 표현은 인칭상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현재는 법적 용어인 '장애인'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장애 개념 변화: ICIDH에서 ICF로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ICIDH(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Impairments, Disabilities, and Handicaps)라는 장애 분류 체계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ICIDH란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기능장애가 능력장애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사회적 불리로 귀결된다는 일방향적 모델을 의미합니다.

이 모델의 흐름은 단순했습니다. 질병/사고 → 기능장애 → 능력장애 → 사회적 불리. 예를 들어 뇌손상으로 말하는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분리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는 너무 당연한 논리처럼 보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델이 기능장애가 있으면 사회적 배제가 당연하다고 전제한다는 점입니다. 교수님이 "예라고 하면 장애인복지를 할 수 없다"고 했던 말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가 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WHO는 2001년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라는 새로운 분류 체계를 발표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여기서 ICF란 신체 구조 및 기능의 손상뿐 아니라, 활동(Activity)과 참여(Participation), 그리고 환경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을 모두 고려하는 통합적 모델을 의미합니다.

ICF 모델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상호작용합니다:

  • 신체 구조 및 기능: 의학적 손상 정도
  • 활동: 개인이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행위
  • 참여: 사회생활에 실제로 참여하는 정도
  • 환경적 요인: 법제도, 물리적 환경, 사회적 인식 등
  • 개인적 요인: 나이, 성격, 의지 등

이 모델의 핵심은 신체 기능에 손상이 있어도, 활동과 참여가 가능하다면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신체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도 외부 활동을 전혀 못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실제로 목격한 변화가 이를 증명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휠체어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저상버스가 도입되고, 도로 턱이 낮아지고, 경사로가 설치되면서 휠체어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신체 손상 정도는 똑같습니다. 달라진 것은 환경입니다.

이것이 바로 ICF 모델이 강조하는 핵심입니다. 장애는 개인의 손상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장애의 정도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손상을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라, 활동과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ICF 모델이 도입되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더욱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활동과 참여에는 본인의 의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애를 설명하는 언어도 부정적 표현에서 긍정적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과거 신문 기사들을 스크랩해보면, 장애인은 주로 '도움이 필요한 대상' 또는 '불쌍한 사람'으로 묘사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사들은 장애인을 스포츠, 경쟁, 도전 등 긍정적 맥락에서 다루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개념 변화가 단순히 이론상의 변화가 아니라, 실제로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환경이 바뀌면 장애가 줄어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법제도 개선과 물리적 환경 개선이 활발해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장애는 개인의 손상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장애인복지를 배우는 이유는, 그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개념을 바탕으로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됩니다. 장애인이 활동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otq4vVRC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