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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장애(증상, 대처법, 편견)

by insight10055 2026.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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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뇌전증이라는 단어를 교재에서만 보다가 실제 상황에서 마주했을 때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활발하게 움직이던 아이가 갑자기 입술의 핏기가 사라지면서 몸이 굳어지는 순간을 목격했을 때, 머릿속으로 배웠던 내용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뇌전증은 과거 간질이라 불렸던 질환으로, 뇌세포의 과도한 전기적 흥분으로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신경계 질환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교재 속 지식과 실제 상황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발작의 실제 모습, 교재와는 달랐다

뇌전증 장애(증상, 대처법, 편견)

저는 두 차례에 걸쳐 뇌전증 발작을 목격했습니다. 첫 번째 경험은 수업 중이었는데, 한 장애 학생이 평소처럼 활발하게 참여하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습니다. 입술에서 혈색이 빠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고, 순간 제 심장도 멎는 듯했습니다.

교재에서는 뇌전증 발작을 유형별로 분류해서 설명합니다. 크게 부분 발작(focal seizure)과 전신 발작(generalized seizure)으로 나뉘는데요. 여기서 부분 발작이란 뇌의 특정 부위에서만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발생하는 형태를 말합니다(출처: 대한뇌전증학회). 제가 목격한 경우는 복합부분발작(complex partial seizure)에 해당했던 것 같습니다. 복합 부분발작은 발작 중 의식을 잃는 것이 특징인데, 환자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거나 입맛을 다시는 등 반복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그 순간 저는 교재에서 배운 대로 의자에 앉아있던 학생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혔습니다. 주변 물건들을 치우고 머리 아래 부드러운 것을 받쳐주면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했죠. 발작은 생각보다 짧게 끝났고, 시간이 지나자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생은 일어나서 보호자와 함께 귀가했습니다.

두 번째 경험은 더 긴장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인사를 나눈 직후, 한 학생이 일어선 채로 갑자기 정지 상태가 되었습니다. 서 있는 상태에서 발작이 오면 넘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빠르게 판단해야 했습니다. 일단 의자에 앉게 한 뒤 곧바로 바닥에 눕혔고, 충분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학생은 정상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5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발작이 일어나는 동안 중요한 대처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환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바닥에 눕힌다
  • 머리 아래 부드러운 물건을 받쳐준다
  • 옷깃이나 허리띠를 느슨하게 풀어준다
  • 무리하게 환자를 붙잡거나 입 안에 물건을 넣지 않는다
  • 발작 지속 시간을 확인하고 5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119에 신고한다

뇌전증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제가 실제로 발작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뇌전증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불치병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알아보니 현대 의학에서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었습니다.

뇌전증의 일차 치료는 항경련제(antiepileptic drugs)를 통한 약물치료입니다. 항경련제란 뇌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해서 발작을 예방하는 약물을 말합니다. 첫 번째 약물치료로 환자의 약 50%가 발작 조절에 성공하고, 두 번째 약물까지 시도하면 추가로 30~40%의 환자에서 증상이 개선됩니다. 즉, 전체 환자의 약 80%가 약물치료만으로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는 약 16종의 신약이 개발되면서 과거에 비해 부작용은 줄고 효과는 높아졌습니다. 과거 항경련제는 졸음, 어지러움,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심했지만, 최신 약물들은 이런 문제를 많이 개선했다고 합니다. 특히 레비티라세탐(levetiracetam), 라모트리진(lamotrigine) 같은 약물은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편입니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refractory epilepsy)의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합니다. 난치성 뇌전증이란 두 가지 이상의 적절한 항경련제를 충분한 기간 동안 사용했음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MRI 검사에서 뇌의 특정 부위에 병변이 확인되면 수술로 해당 부위를 제거하는데, 이 경우 수술 성공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미주신경자극술(VNS, Vagus Nerve Stimulation)이나 케톤식이요법(ketogenic diet) 같은 대안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미주신경자극술은 목 부위의 미주신경에 전기 자극을 주는 장치를 이식해서 발작 빈도를 줄이는 방법이고, 케톤식이요법은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해서 뇌가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식이 조절법입니다.

질병보다 무섭운 사회적 편견

제가 뇌전증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이들이 질병 자체보다 주변의 시선과 편견 때문에 더 힘들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일부 유명인들이 병역 특혜를 받기 위해 뇌전증을 위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제 환자들이 받는 낙인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2009년 이전까지 사용되던 '간질'이라는 명칭은 부정적 인식이 너무 강해서 '뇌전증'이라는 중립적 용어로 공식 변경되었습니다. 하지만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사람들의 인식까지 쉽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자신의 병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발작을 목격한 사람들의 과도한 반응이나 오해 섞인 시선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일반인들에게 뇌전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대처법을 교육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장애이해교육이 학교나 직장에서 형식적으로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상황을 가정한 실습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발작이 일어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환자들도 자신의 질환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치료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사회적 제도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재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 취득에 제한이 있고 특정 직업군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제한은 필요하지만, 약물로 발작이 잘 조절되는 환자까지 일률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재고해야 합니다.

저는 두 차례의 경험을 통해 뇌전증이 특별히 무섭거나 이상한 질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적절한 지식과 준비만 있다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환자들도 우리와 똑같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뇌전증에 대해 제대로 알고, 편견 없이 환자들을 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식은 두려움을 없애고, 이해는 차별을 허물 수 있으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GJrdfPmy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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