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제가 지원하는 한 학부모님이 동사무소에 방문했다가 돌아와 한숨을 쉬셨습니다. "선생님, 장애인연금 신청하려다가 그냥 나왔어요. 차 배기량이 크다고, 보험 하나 있다고 안 된대요." 자녀가 중증 발달장애인임에도 신청조차 포기하신 겁니다. 제가 직접 그 동사무소에 동행했을 때, 담당 공무원은 친절하게도 "일단 신청해 보시라"고 했지만 이미 부모님의 마음은 닫혀 있었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까다로운 기준 앞에서 부모님들은 종종 이렇게 길을 잃습니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중복수급은 가능할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기초연금이랑 장애인연금 둘 다 받을 수 있나요?"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은 성격이 다른 제도이기 때문에 조건만 맞으면 중복수급이 가능합니다. 다만 국민연금 안에 포함된 '장애연금'은 별개입니다.
먼저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 중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분들께 지급됩니다. 2025년 현재 단독가구는 월 최대 317,500원, 부부가구는 각각 최대 246,000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여기서 핵심은 '소득인정액'입니다. 소득인정액이란 월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월 소득환산액을 합한 금액으로, 본인이 벌어들이는 소득뿐 아니라 보유한 재산까지 소득으로 환산하여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만난 한 어르신은 월 소득이 거의 없었지만 오래전 가입한 종신보험 하나, 그리고 20년 된 배기량 2,000cc 승용차 때문에 소득인정액이 기준을 초과해 탈락하셨습니다. 차량의 경우 배기량 1,600cc 미만, 차령 10년 이상이어야 재산 산정에서 제외되는데, 이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장애인연금은 만 18세 이상 중증장애인(1급, 2급, 3급 중복장애) 중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분께 지급됩니다. 2025년 기준 단독가구 122만원, 부부가구 195.2만원 이하일 때 대상자로 선정되며, 월 최대 307,5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두 제도는 지급 주체(기초연금은 보건복지부, 장애인연금은 지자체)와 선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만 65세 이상 중증장애인이라면 두 연금을 동시에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국민연금 내 '장애연금'은 다릅니다. 국민연금 가입 중 장애가 생긴 경우 받는 이 급여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지급하며, 기초연금과 중복수급 시 기초연금 금액이 감액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면 기초연금은 적게 받거나 아예 못 받는 구조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초연금 + 장애인연금: 중복수급 가능 (조건 충족 시)
- 기초연금 + 국민연금 장애연금: 중복수급 가능하나 기초연금 감액
- 장애인연금 + 국민연금 장애연금: 중복수급 가능 (별개 제도)
소득인정액과 신청방법, 현실의 벽
많은 부모님들이 "소득인정액이 뭐예요?"라고 물으십니다. 공무원들은 "소득과 재산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금액"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합니다. 본인이 모르는 보험, 증권, 부동산 공시가격 등이 모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원했던 한 가정은 자녀가 중증 발달장애인이었지만 부모님이 소유한 작은 상가 하나 때문에 재산의 월 소득환산액이 크게 잡혀 장애인연금에서 탈락했습니다. 부모님은 "이 상가 월세도 안 나오는데 왜 소득으로 계산하느냐"며 억울해하셨지만, 제도는 공시가격 기준으로 재산을 환산합니다. 일반재산의 경우 기본공제액을 뺀 후 월 4%로 환산하고, 금융재산은 500만원 초과분부터 월 6.26%로 계산합니다. 차량은 배기량과 차령에 따라 100% 반영되거나 면제됩니다.
이런 복잡한 계산 때문에 본인이 대상자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늘 "일단 신청해 보세요"라고 합니다. 신청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주민센터(동사무소) 노인복지 담당이나 장애인복지 담당을 찾아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임대차계약서 등 기본 서류만 제출하면 됩니다. 통장 내역이나 보험 증권은 공무원이 행정정보로 조회하므로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신청 한 번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 이 절차를 이해하고 신청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부모님도 복잡한 용어와 기준 앞에서 주눅 들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가장 중요한 건 '용기'였습니다. 일단 신청하면 탈락하더라도 손해 볼 건 없습니다. 오히려 탈락 사유를 알면 다음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장애인연금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어 부모나 자녀의 소득·재산과 무관하게 장애인 본인 기준으로만 심사합니다. 반면 기초연금은 배우자의 소득·재산이 함께 반영됩니다. 이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신청 전략이 달라집니다.
저는 부모님들께 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일단 주민센터 가세요. 신청서 쓰는 데 30분이면 됩니다. 떨어지면 그때 다시 준비하면 돼요." 실제로 신청 후 탈락했던 한 가정은 차량을 배기량 작은 것으로 바꾸고 재신청해 장애인연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도는 복잡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있습니다. 기초연금 317,500원과 장애인연금 307,500원을 모두 받으면 월 625,000원입니다. 이 금액이 발달장애인 자녀의 독립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물가 상승률과 고정 재활치료비를 고려하면 여전히 '최소한의 생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이유로 원예치료, 음악치료 같은 정서적 재활이 중단되지 않도록 사회적 바우처 제도의 확대가 절실합니다.
또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쉬운 언어' 안내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복잡한 한자어와 법률 용어 대신, 그림과 간단한 문장으로 된 신청 가이드가 있다면 당사자의 자기결정권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습니다.